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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우파 집권 로드맵] ㉔ 이재명을 생각한다(2) - 누가 그를 지지하나? (20240822)

관리자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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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수주대토(守株待兎)’란 고사성어가 있다. 우리 속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와 비슷하다. 송(宋)나라 때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농부가 밭을 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토끼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다. 농부는 숲속에 토끼가 많은데 굳이 힘들게 농사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하루 종일 나무 밑동만 바라보며 토끼가 부딪히기를 기다렸다. 많은 시간이 흘러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밭에 가 보았지만 이미 잡초가 우거진 뒤였다. 농사를 망친 농부는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즉 ‘수주대토’는 요행수를 바라며 아둔하게 구는 사람을 뜻한다.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 대표 연임은 DJ 이후 처음이다. 그는 85%의 지지를 얻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올 10월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로 이재명과 민주당 당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사건 등 3개 재판에 더해 수원지법에서 대북 송금 사건 (제삼자 뇌물죄) 재판으로 이재명의 정치생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싶어 한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악마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이재명 현상’을 연구하고 대비하지 않는다. 정치를 법의 잣대로만 재단하려 하면 안 된다. 법 기술로 사람의 마음과 생각마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현상에 대해 수주대토(守株待兎) 식으로 아둔하고 게으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대선 이후 차기 대선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전 국민의 1/3이 다음 대통령으로 이재명을 꼽는다. 이재명을 구속하고 수감해도 일부 국민들 마음속에 새겨진 애정과 감정까지 단번에 없앨 수 없다.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가 자연인 이재명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재명이 2027년 5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190명에 달하는 여권(지금의 야권) 국회의원들과 함께 입법·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2027년 5월부터 23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2028년 4월까지 11개월 동안 이재명은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고 본인과 측근들의 사법 리스크를 한 방에 끝내고자 또 뭔가를 할 인간이다. 이재명은 성남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국면 전환용으로 ‘모라토리엄(moratorium: 채무이행 연기·유예)’을 선언을 했다. 그는 이런 깜짝 쇼를 잘한다. 물론 기초지자체에 불과한 성남시와 국가인 대한민국 전체를 비교할 수는 없다. ‘권력은 잔인하게 쓰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이재명이 대권까지 잡는다면 대한민국은 다시는 삼권이 분립된 민주 공화국 체제로 돌아오기 어려운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재명의 지지자들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와 최근 2024년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볼 필요도 있다. 이재명을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그가 처벌되어 대선에 나올 수 없더라도 지지를 계속할 중핵집단, 사람보다 이념 때문에 지지하는 집단, 호남 연고로 지지하는 집단,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실망한 집단 순서로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정치 무관심층에서 그저 이름 많이 들어 보아서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보다 이재명 지지도가 높아진 연령은 40대다. 서울, 경기 수도권 40대가 이재명 지지자들의 중핵이자 선도 집단이다. 이들은 감수성 예민하던 10대에 IMF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고 경제난으로 가정이 풍비박산 난 경우가 많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DJ의 전교조 합법화(1999년)로 공교육 현장에서 좌경화된 교사들을 처음 만났던 세대다. 이런 40대의 경험은 ‘나의 전교조 선생님(2006, 김수박)’이란 만화에 잘 그려져 있다. 이들은 불행히도 사회에 나오자마자 세계 금융위기(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도 겪은 세대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몇 번 겪었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하고 그러다 보니 이재명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천정부지 높은 부동산 가격, 주식이나 코인 투자 실패로 이들에게는 희년(year of jubilee) 수준의 빚 탕감이 필요하다. 이들은 한국판 ‘힐빌리(Hillbilly)’라고도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역대 보수 정부는 이들의 사정을 사실상 외면했다. 지역별로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서울과 중부권 (충남․북, 대전, 세종)에서 지지세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스윙 보트 지역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지난해부터 연이은 윤(尹)정부의 국정 난맥상에 실망해서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소년공'이란 이미지로 상징된다. 아버지는 성남 상대원 시장 청소부, 어머니와 여동생은 시장 화장실에서 요금을 받았고, 본인은 공장에 취직해서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공장의 프레스기에 팔이 눌려 '차려 자세'를 취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반대자들은 허상이고 조작이라고 비난해도 이런 ‘빈보모노카타리(貧乏物語)’에서 보통 사람들은 연대감, 동질감을 느낀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이 쓴 소설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서 단상 위에 올라간 후보 모두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이제는 ‘잘난 사람 아닌 내 사정 알아줄 사람’을 뽑는 시대다. 사람 마음속에 새겨진 상징과 신화는 법조문과 판례보다 강력하다. 모든 이재명 관련 재판은 어차피 2027년 대선 전까지 삼심을 끝내기 대단히 어렵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옥중 당선’까지 생각할 사람이다. 그래서 답답한 법조·관료들의 당(政黨)인 국민의힘은 정치인 이재명 대표의 창의적인 전략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다. 튀르키예(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Recep Tayyip Erdoğan),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Hugo Chavez) 대통령이 철권 통치자들이지만 그 나라에 여전히 팬들이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투데이 편집부 press@seo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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