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사흘이 지난 8월 20일 국회 정문에는 비슷비슷한 문구와 모양의 화환들이 배달되어 왔다. 화환에는 '정치 천재 이재명 당신의 지지자라서 행복합니다♡', '이재명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다', '먹사니즘 해결사 하늘이 내려준 유일한 희망 이재명', '이재명이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 '대체 불가 민생 천재 미래 대통령 이재명' 등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을 응원한다는 화환이 줄을 섰다. 다른 화환에는 '5세대 원탑 복숭아 귀염둥이 이재명묭묭', 'I like peach jam 이재명 대표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세계 최초 귀여운 당대표 이재명 두둥등장', '이쁜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아앗 귀여운 이재명 당대표♡', 'Legends Never Die 이재명 네버 다이', '이재명 대표님 혼혈이라면서요? 한국과 천국 아웅♡', '이재명 연임? 완전 럭키잼키잖아' 등 이 대표를 '복숭아'에 빗댄 응원과 유명 아이돌 장원영 및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헌정곡으로 여겨지는 「Legends Never Die」에서 따온 밈(meme)들이 이어졌다. 어떤 화환에는 ‘강이 보이면 '리버뷰', 바다가 보이면 '오션뷰',‘이재명이 보이면 알라뷰(I Love You)’라고 쓰여 있다.
50·60대 이상 남성이 대부분인 국회 의원들과 국회 주변을 오가는 기성세대는 이런 현상에 당황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화환들은 소위 ‘개딸(개념의 딸들)’이 보낸 것이라 한다. 국회 담벼락에 걸린 화환들은 개딸의 실체와 지금의 한국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현상’이다. 개딸의 실체를 탐색하기 전에 이 화환들을 보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첫째 이 화환들은 정말 20대 여성들이 보낸 것일까? 둘째, 이 화환들은 정말 많은 사람이 자발적인 마음으로 모금해서 전국 각지에서 보낸 것일까?, 셋째, 개딸이 이재명을 위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집단이라면 ‘개딸’ 조직의 회장, 부회장, 전국 각 시·도 책임자는 누구일까? (물론 자연발생적인 모임이라며 조직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와 이재명의 개딸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인가?
개딸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 전에 먼저 '기업형 좌파'와 '21세기 초한전(超限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명동 황제'로 유명한 원로 주먹 신상현 씨가 8월 10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6·25 전쟁 당시 1등 상사로 근무한 경력 때문에 그는 평생 '신상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과거 '낭만 주먹'들은 유흥업소나 시장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 조직을 유지했다. 이들은 결투해도 일대일로 했고, 칼이나 도끼 같은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낭만 주먹'의 대표적인 예인 신상사파는 조양은파의 회칼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1975년, 회칼과 쇠 파이프로 무장한 조양은파의 사보이 호텔 습격 사건 이후, 건달 세계는 '기업형 조폭' 시대로 변하였다. 낭만 주먹들은 의리와 서열로 조직을 유지했지만, 기업형 조폭은 돈과 조직력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기획 부동산, 불법 스포츠 토토, 가상자산(코인), 신종 마약 등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손을 댄다. 더 이상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보던 일대일의 결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낭만 주먹들과 달리 기업형 조폭은 회칼이나 파이프 같은 무기로 적을 제압하고, 기습, 야습, ‘집단 린치’와 같이 낭만 주먹들이 터부시했던 치사한 행위도 거리낌 없이 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무대 위에 서 있는 이재명과 김민석을 보며 문득 조양은과 신상사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정치에서도 '낭만 좌파'의 시대는 끝났고, '기업형 좌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초한전(超限戰)은 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이라는 뜻으로, 1999년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의 차오량(喬良)과 왕샹쑤이(王湘穗)가 제시한 전쟁이론이다.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적을 곤경에 빠뜨리고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개념이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서 물질적, 정신적, 기술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윤리적 고민은 사치로 간주한다. 초한전의 핵심 수단 중 하나는 ‘디지털’이다. 개딸들이 모여 "홍로점설(紅爐點雪: 붉은 혁명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시다다(習大大: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를 '잼파파'라고 부른다며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딸과 관련해서 자주 따라다니는 '친중' 꼬리표가 근거 없는 막연한 의심인지에 대해서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개딸이라는 단어는 각종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인들조차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개딸들은 국회의장 선거에 개입하고 정봉주 전 의원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꿇어앉힐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몇 명인지, 리더가 있다면 그녀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들을 마치 공식 조직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와는 비교된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개딸이 한국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맞서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정치를 '인생 이모작'이나 '법조 퇴직 후 웰빙 생활'로 여기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에는 개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20일 국회 벽에 걸린 화환에 쓰인 문구들은 억지로 20대 여성들이 보낸 것처럼 꾸민 흔적이 많다. 실제 20대 여성들은 이러한 어색한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설령 20대 여성들이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돈을 써서, 마치 K팝 아이돌에게 화환을 보내듯 이재명에게 화환을 보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자랑스러운 행동을 굳이 숨어서만 하는 것일까? 노사모 부산지부 대표였던 '미키루크' 이상호 씨는 열린우리당에서 전국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부산시 사하구에서 출마한 경험도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제는 개딸 임원진들도 공개된 자리에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밝은 햇빛 아래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서울투데이 편집부 press@seo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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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사흘이 지난 8월 20일 국회 정문에는 비슷비슷한 문구와 모양의 화환들이 배달되어 왔다. 화환에는 '정치 천재 이재명 당신의 지지자라서 행복합니다♡', '이재명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다', '먹사니즘 해결사 하늘이 내려준 유일한 희망 이재명', '이재명이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 '대체 불가 민생 천재 미래 대통령 이재명' 등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을 응원한다는 화환이 줄을 섰다. 다른 화환에는 '5세대 원탑 복숭아 귀염둥이 이재명묭묭', 'I like peach jam 이재명 대표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세계 최초 귀여운 당대표 이재명 두둥등장', '이쁜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아앗 귀여운 이재명 당대표♡', 'Legends Never Die 이재명 네버 다이', '이재명 대표님 혼혈이라면서요? 한국과 천국 아웅♡', '이재명 연임? 완전 럭키잼키잖아' 등 이 대표를 '복숭아'에 빗댄 응원과 유명 아이돌 장원영 및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헌정곡으로 여겨지는 「Legends Never Die」에서 따온 밈(meme)들이 이어졌다. 어떤 화환에는 ‘강이 보이면 '리버뷰', 바다가 보이면 '오션뷰',‘이재명이 보이면 알라뷰(I Love You)’라고 쓰여 있다.
50·60대 이상 남성이 대부분인 국회 의원들과 국회 주변을 오가는 기성세대는 이런 현상에 당황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화환들은 소위 ‘개딸(개념의 딸들)’이 보낸 것이라 한다. 국회 담벼락에 걸린 화환들은 개딸의 실체와 지금의 한국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현상’이다. 개딸의 실체를 탐색하기 전에 이 화환들을 보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첫째 이 화환들은 정말 20대 여성들이 보낸 것일까? 둘째, 이 화환들은 정말 많은 사람이 자발적인 마음으로 모금해서 전국 각지에서 보낸 것일까?, 셋째, 개딸이 이재명을 위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집단이라면 ‘개딸’ 조직의 회장, 부회장, 전국 각 시·도 책임자는 누구일까? (물론 자연발생적인 모임이라며 조직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와 이재명의 개딸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인가?
개딸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 전에 먼저 '기업형 좌파'와 '21세기 초한전(超限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명동 황제'로 유명한 원로 주먹 신상현 씨가 8월 10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6·25 전쟁 당시 1등 상사로 근무한 경력 때문에 그는 평생 '신상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과거 '낭만 주먹'들은 유흥업소나 시장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 조직을 유지했다. 이들은 결투해도 일대일로 했고, 칼이나 도끼 같은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낭만 주먹'의 대표적인 예인 신상사파는 조양은파의 회칼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1975년, 회칼과 쇠 파이프로 무장한 조양은파의 사보이 호텔 습격 사건 이후, 건달 세계는 '기업형 조폭' 시대로 변하였다. 낭만 주먹들은 의리와 서열로 조직을 유지했지만, 기업형 조폭은 돈과 조직력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기획 부동산, 불법 스포츠 토토, 가상자산(코인), 신종 마약 등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손을 댄다. 더 이상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보던 일대일의 결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낭만 주먹들과 달리 기업형 조폭은 회칼이나 파이프 같은 무기로 적을 제압하고, 기습, 야습, ‘집단 린치’와 같이 낭만 주먹들이 터부시했던 치사한 행위도 거리낌 없이 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무대 위에 서 있는 이재명과 김민석을 보며 문득 조양은과 신상사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정치에서도 '낭만 좌파'의 시대는 끝났고, '기업형 좌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초한전(超限戰)은 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이라는 뜻으로, 1999년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의 차오량(喬良)과 왕샹쑤이(王湘穗)가 제시한 전쟁이론이다.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적을 곤경에 빠뜨리고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개념이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서 물질적, 정신적, 기술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윤리적 고민은 사치로 간주한다. 초한전의 핵심 수단 중 하나는 ‘디지털’이다. 개딸들이 모여 "홍로점설(紅爐點雪: 붉은 혁명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시다다(習大大: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를 '잼파파'라고 부른다며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딸과 관련해서 자주 따라다니는 '친중' 꼬리표가 근거 없는 막연한 의심인지에 대해서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개딸이라는 단어는 각종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인들조차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개딸들은 국회의장 선거에 개입하고 정봉주 전 의원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꿇어앉힐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몇 명인지, 리더가 있다면 그녀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들을 마치 공식 조직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와는 비교된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개딸이 한국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맞서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정치를 '인생 이모작'이나 '법조 퇴직 후 웰빙 생활'로 여기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에는 개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20일 국회 벽에 걸린 화환에 쓰인 문구들은 억지로 20대 여성들이 보낸 것처럼 꾸민 흔적이 많다. 실제 20대 여성들은 이러한 어색한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설령 20대 여성들이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돈을 써서, 마치 K팝 아이돌에게 화환을 보내듯 이재명에게 화환을 보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자랑스러운 행동을 굳이 숨어서만 하는 것일까? 노사모 부산지부 대표였던 '미키루크' 이상호 씨는 열린우리당에서 전국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부산시 사하구에서 출마한 경험도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제는 개딸 임원진들도 공개된 자리에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밝은 햇빛 아래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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