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필리핀 밤반 시장 앨리스 궈(35)가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수사당국 조사 결과 그녀의 지문이 2003년 필리핀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과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필리핀 소도시의 시장이었으나, 올해 3월 필리핀 정부가 그녀의 시장실 뒤에 있던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도박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번창했으며, 수백 명을 감금하고 '로맨스 스캠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 돈을 뜯어내는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필리핀 당국은 약 700명의 감금된 사람들을 구출했으며, 궈 시장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였다. 린다 쑨(40), 뉴욕 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이 미국 검찰과 FBI에 체포되었다. 쑨은 캐시 호컬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시절 비서실에서 차장으로 근무했으며, 비자 사기 등 10개 혐의로 기소되었다. 남편과 함께 체포된 쑨은 14년 동안 뉴욕주 정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담당 부서와 사업 개발 부서에서 일하며 두 주지사를 보좌했다. 그녀는 대만 관리들과의 회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으며, 이는 미․중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스파이 혐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각국은 중국의 정보전 및 스파이 활동에 대한 엄중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에서만 중국 밀정(간첩)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일본 밀정’놀이가 대유행이다. 이는 2016년 개봉한 영화 '밀정'의 이미지를 윤석열 정부에 투영하려는 정치공작으로 보인다. 과거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던 민주당의 선전·선동은 바뀐 것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일본 밀정 논란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영화의 스토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밀정은 꼭 일본에서 현해탄으로만 건너 온다는 민주당의 상상력도 가히 영화 시나리오 수준이다.
국회에서 '일본 밀정'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인물은 더불어민주당의 서미화 의원(비례)이다. 서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차장님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한다"며 질의를 던졌다. 김 차장은 과거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서 의원은 이를 비판하며 외교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지적했다. 죽창가로 유명한 조국 대표(조국혁신당) 는 경술국치일인 29일 "뉴라이트 인사들을 주요 직위에 올린 자가 '밀정 왕초'"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조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을 뉴라이트로 지칭하면서 "한국 국민 중 일본의 주장을 동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며 비판했다. 국회 예결위에서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을)은 "윤석열 정부에 일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며, "국정을 주도하는 신친일파들과 용산에 있는 밀정들을 모두 쫓아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같은 당의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도 역사 교과서에서 친일 인사 및 위안부 관련 서술을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태가 심각하다"며 국정 기조 전환과 친일파 배척을 요청했다.
지난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3월 22일, 충남 당진을 방문한 이재명 대표는 당진 전통시장에서 "왜 중국을 건드리냐"며 "그냥 중국과 대만 모두 잘 지내면 되는 것 아닌가. 양안 문제에 우리가 굳이 개입할 필요가 있나"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대만의 내부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는 무관하지 않나. 우리는 우리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중국이 불편해할 수 있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바 있다. 국내 반중 여론이 높은 가운데, 선거 기간 중 이런 대담한 발언을 한 것은 이 대표의 중국에 대한 일관성 있는 (?)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식에는 일본 밀정은 나라 안에 들끓어도 ‘높은 산봉우리’의 대국 중국은 신사적이어서 밀정 따위는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애정과 굳은 우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대한민국만큼 간첩에 너그러운 나라가 없다.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하게 되어 있다. 이는 동맹국, 우방국을 포함한 '외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군무원이 '블랙 요원' 정보를 중국 교포(조선족)에게 넘겼음에도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중국은 ‘적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간첩죄 적용 대상이 외국으로 확대돼 있고, 간첩죄로 처벌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법률까지 준비된 실정이며 중국은 최근 반(反)간첩법을 개정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보다 강력하게 개정된 간첩죄 관련 조항은 간첩 행위에 대한 개념의 확대,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 안보 기관 권한 확대, 간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대폭 강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의 구멍이 숭숭 뚫린 간첨관련 법률을 앞에 놓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오로지 ‘일본 밀정’ 타령만 하는 것은 속이 빤히 보이는 선전·선동 행위다. 입법부의 다수당이 당연히 해야 할 형법 개정부터 하고 ‘반일 죽창가’를 불러도 불러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이 원하는 정도까지 우매하지는 않다.
서울투데이 편집부 press@seoultoday.co.kr
출처 : 서울투데이(http://www.seoultoday.co.kr)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필리핀 밤반 시장 앨리스 궈(35)가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수사당국 조사 결과 그녀의 지문이 2003년 필리핀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과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필리핀 소도시의 시장이었으나, 올해 3월 필리핀 정부가 그녀의 시장실 뒤에 있던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도박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번창했으며, 수백 명을 감금하고 '로맨스 스캠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 돈을 뜯어내는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필리핀 당국은 약 700명의 감금된 사람들을 구출했으며, 궈 시장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였다. 린다 쑨(40), 뉴욕 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이 미국 검찰과 FBI에 체포되었다. 쑨은 캐시 호컬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시절 비서실에서 차장으로 근무했으며, 비자 사기 등 10개 혐의로 기소되었다. 남편과 함께 체포된 쑨은 14년 동안 뉴욕주 정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담당 부서와 사업 개발 부서에서 일하며 두 주지사를 보좌했다. 그녀는 대만 관리들과의 회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으며, 이는 미․중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스파이 혐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각국은 중국의 정보전 및 스파이 활동에 대한 엄중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에서만 중국 밀정(간첩)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일본 밀정’놀이가 대유행이다. 이는 2016년 개봉한 영화 '밀정'의 이미지를 윤석열 정부에 투영하려는 정치공작으로 보인다. 과거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던 민주당의 선전·선동은 바뀐 것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일본 밀정 논란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영화의 스토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밀정은 꼭 일본에서 현해탄으로만 건너 온다는 민주당의 상상력도 가히 영화 시나리오 수준이다.
국회에서 '일본 밀정'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인물은 더불어민주당의 서미화 의원(비례)이다. 서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차장님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한다"며 질의를 던졌다. 김 차장은 과거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서 의원은 이를 비판하며 외교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지적했다. 죽창가로 유명한 조국 대표(조국혁신당) 는 경술국치일인 29일 "뉴라이트 인사들을 주요 직위에 올린 자가 '밀정 왕초'"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조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을 뉴라이트로 지칭하면서 "한국 국민 중 일본의 주장을 동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며 비판했다. 국회 예결위에서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을)은 "윤석열 정부에 일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며, "국정을 주도하는 신친일파들과 용산에 있는 밀정들을 모두 쫓아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같은 당의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도 역사 교과서에서 친일 인사 및 위안부 관련 서술을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태가 심각하다"며 국정 기조 전환과 친일파 배척을 요청했다.
지난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3월 22일, 충남 당진을 방문한 이재명 대표는 당진 전통시장에서 "왜 중국을 건드리냐"며 "그냥 중국과 대만 모두 잘 지내면 되는 것 아닌가. 양안 문제에 우리가 굳이 개입할 필요가 있나"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대만의 내부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는 무관하지 않나. 우리는 우리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중국이 불편해할 수 있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바 있다. 국내 반중 여론이 높은 가운데, 선거 기간 중 이런 대담한 발언을 한 것은 이 대표의 중국에 대한 일관성 있는 (?)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식에는 일본 밀정은 나라 안에 들끓어도 ‘높은 산봉우리’의 대국 중국은 신사적이어서 밀정 따위는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애정과 굳은 우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대한민국만큼 간첩에 너그러운 나라가 없다.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하게 되어 있다. 이는 동맹국, 우방국을 포함한 '외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군무원이 '블랙 요원' 정보를 중국 교포(조선족)에게 넘겼음에도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중국은 ‘적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간첩죄 적용 대상이 외국으로 확대돼 있고, 간첩죄로 처벌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법률까지 준비된 실정이며 중국은 최근 반(反)간첩법을 개정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보다 강력하게 개정된 간첩죄 관련 조항은 간첩 행위에 대한 개념의 확대,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 안보 기관 권한 확대, 간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대폭 강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의 구멍이 숭숭 뚫린 간첨관련 법률을 앞에 놓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오로지 ‘일본 밀정’ 타령만 하는 것은 속이 빤히 보이는 선전·선동 행위다. 입법부의 다수당이 당연히 해야 할 형법 개정부터 하고 ‘반일 죽창가’를 불러도 불러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이 원하는 정도까지 우매하지는 않다.
서울투데이 편집부 press@seo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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