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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우파 집권 로드맵] ㉜ 정권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관리자
2024-10-18
조회수 117

서울투데이



2024년 10월 1일 기준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950일 남기고 있다. 지금부터 임기 말까지 벌어질 각종 선거를 보면 2024년 10월 16일 보궐선거까지 15일, 2025년 4월 9일 재․보궐선거까지 190일,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까지 610일, 2027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889일이 남았다.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들의 임기 중 활동을 분석하면 거의 지금 시점에서 의사결정 과정과 정책 운용 방안을 교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권 후반기에 큰 낭패를 겪었다.

지금 시점에 모든 대통령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대통령’이었던 것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었다. 참모들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주제와 이슈 중심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기고 윤석열 대통령같이 언제 분노할지 모르는 윗사람을 모시며 무난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요령도 붙게 된다. 의정 갈등의 희생자인 환자와 가족들의 아픔도 적당히 가릴 수 있는 통계와 숫자로 가득 찬 거창한 리포트가 대통령 책상 위에 올라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은 점점 국민과 현실에서 멀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은 권력 안에‘내부 경고 장치’의 스위치가 서서히 내려가는 시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정권이었든 꼭 이 시점에 내부에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의미심장한 사건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역사를 기록한 ‘보수에게 묻는다(2018, 연인M&B)’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거슬러 올라가면, 탄핵 약 2년 반 전 2014년 11월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 이라는 세계일보 단독기사부터 시작을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청와대는 권력 내부 문제점, 즉 비선 실세 최순실(최서원)과 정윤회의 전횡을 교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기밀 유출을 의심해서 2015년 1월 3일 조응천 비서관, 박관천 선임행정관을 구속 기소하였다. 그 와중에 청와대에 파견되었던 경찰관 한 명은 강압수사로 자살까지 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에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공복(公僕)보다 대통령 심기 경호만 하는 환관(宦官)들이 가득했던 까닭이다. 이때부터 민심은 (보수층까지) 박 대통령으로부터 서서히 이반하게 시작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그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통로를 넓히고 최순실(최서원)을 멀리했다면 탄핵이란 비극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 안타깝게 생각한다. 불행히도 박 대통령은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문고리 삼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과 최순실(최서원)로 제한시키고 세상으로 향한 문을 서서히 내려버렸다. 2015년 1월 3일에 공식적으로 불거진 소위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 헌재 인용 시점까지는 798일이고 만일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1,148일이 남았었다. 평균 973일이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잔여 임기와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시기나 파장이 맞먹는 사건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최근 터졌다.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현재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에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의 공천개입을 도왔다고 주장해 파장을 부르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서울의소리'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2월 20일 "김 여사가 이철규 의원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철규가 용산 여사를 대변해서 공관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아주 그냥 여사한테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을 떨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용인갑 지역에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전략공천되면서 낙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 기자가 "김 여사가 공천 개입을 많이 하고 있긴 하네요"라고 하자, "하고 있지. 그 루트가 이철규야"라고 재차 답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의 용인갑 공천 밑작업을 당시 당 공관위원이었던 이 의원에게 맡겼다는 취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김대남 감사위원이 언론 고발을 대통령실에서 사주했다는 내용을 '서울의 소리'에 고백한 녹취도 같이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재직 당시, 시민단체 '새민연(새로운 민심)'이 '서울의 소리' 등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공무상 직권남용’과 ‘방송법’ 등에 위배되는 내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울의 소리'에 "그거 다 내가 한 거야"라고 거침없이 고백한 점은 충격적인 일이다.

더욱 의혹을 키우는 점은 김대남 감사위원이 여전히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실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자리에 앉게 된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면 당연히 사의를 표명해야 할 터인데,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더 센 무언가’를 틀어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년 반의 정치 행보를 살펴보면, 마치 스스로 앉아 있는 의자의 다리를 잘라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즉, 지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 정치를 지속해 온 것이다.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층을 이준석 대표를 배제하면서 멀리했고, 중도 좌파 지지층은 한동훈 대표를 경원시하면서 점차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그동안 보수 우파 정권에서 한 번도 등을 돌린 적이 없었던 ‘해병대’, ‘의사’, ‘과학자’, ‘70대 이상 노령층’마저도 권력의 주변에서 밀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이후, 세상과의 소통 창구를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최서원)로 제한하고 여론과의 소통을 단절시켰다. 이러한 행보가 결국 탄핵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남 전 행정관 사태’를 적절히 수습하고, 임기 말까지 여론과 세상과의 소통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인지? 국민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서울투데이 편집부 press@seo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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