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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우파 집권 로드맵 ] ㉞ 명태균이 마지막이면 좋겠는데 (20241014)

관리자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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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 시도를 겪었다. 총격범 존 힝클리 주니어(John Hinckley Jr.)가 쏜 총에 맞았지만, 레이건은 목숨을 건졌다.  사건 이후 낸시 레이건은 남편의 안전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점성술사 조안 퀴글리(Joan Quigley)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낸시는 자서전 ‘My Turn’에서 퀴글리가 레이건이 총격을 당한 날을 "위험한 날"로 예측했다고 언급하며 이후 중요한 일정 결정에서 퀴글리의 조언을 따랐다고 밝혔다. 연설과 해외 방문 일정을 포함한 주요 사건의 결정도 퀴글리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졌다. 1988년, 백악관 전 비서실장 도널드 리건(Donald Regan)은 회고록에서 레이건 부부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퀴글리의 점성술에 의존했다고 폭로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레이건 부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퀴글리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고르바초프와의 제네바 정상회담 직전에도 낸시에게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빌런(villain)'이라는 단어는 원래 악당이나 악역을 의미하며, 주로 게임이나 영화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단어는 일상적으로도 널리 사용되며, 대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이고 있다. 특히 2024년 10월을 기준으로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들이 대중에게 '빌런'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대표적으로 ’건진법사‘, ’천공‘, ’최재영‘, ’김대남‘, ’명태균‘ 등이 있다.

먼저, 건진법사(본명 전성배)는 윤석열 대선 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라는 조직에서 활동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건진법사와 관련된 논란은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에 적힌 '왕(王)'자가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대중과 언론은 윤석열 후보와 건진법사의 연관성을 의심했고, 이후 건진법사가 김건희 여사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에서 2014년 고문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천공(본명 이병철)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으로, 2022년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조언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또한 최재영 (목사)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천공을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 내용 일부는 서울의소리 '커튼 뒤 천공의 성'에서 공개되어 대중에게 충격을 주었다.

최재영(목사)의 사건은 유명해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최재영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고,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김 여사와 최재영 등 사건 관계인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최재영은 미국 시민권자로 총선 기간에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대남 전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은 용산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시절‘서울의소리’ 이명수와 통화에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의 공천개입을 도왔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렀다.지난 9월 23일 '서울의소리'는 그 녹취록을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명태균은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 컨설팅을 해온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선거 공천 개입을 주장하며, 자신이 구속된다면 "한 달 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당할 것"이라는 발언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발언은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로 읽히며, 이전에 명태균은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언급된 '빌런'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윤석열 정권을 타격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기관리 능력은 큰 손상을 입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내부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굳은 신념을 가진 일부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국가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며 내부적 혼란을 부추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빌런들의 정치적 타격은 그리 강한 수준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이 계속된다면 그 여파는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적 신뢰와 국격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이러한 정치적 논란과 인물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국가의 본질적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외교와 안보, 경제 발전을 위한 국가적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과 역사 앞에서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는 11월 1일을 기준으로 918일이 남았다. 또한 2025년 재·보궐 선거까지 153일, 2026년 지방선거까지는 580일이 남았다. 다시 말해 윤 대통령의 권력은 내려갈 일만 남았고 약 500여일 이후부터 영향력은 급격하게 약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지금까지 했던 것 같이 빌런이 또 나타나 정치적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동북아 정세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김정은은 상상 이상의 방법으로 미국에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만일 북한이 중국을 봉쇄하는 ‘제2의 베트남’이 되겠다 하면 사업가 트럼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치매로 출마도 못할 바이든 앞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만 동북아 그레이트 게임에서 ‘왕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보유국 북한과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또 큰 위기로 몰리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정책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정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고, 남은 임기 동안 해결이 어렵거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4대 개혁 과제(연금, 교육, 의료, 노동 및 저출생 대응)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제들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결합해 당장은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으로, 의정활동이나 일반 행정을 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고 대규모의 국정 과제를 낮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큰 무리일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에 있어 정치권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역대 대통령들 밑에서 정치권과 협력하며 몸값을 올려온 고위 관료들을 윤 대통령의 정치력만으로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의도하지 않게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대중의 비판을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정치적 '빌런'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있다. 건진법사나 천공과 같은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일련의 논란들은 윤 대통령이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왜 이러한 인물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이런 정치적 '빌런'의 등장은 명태균을 끝으로 종결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상적인 정부 운영과 상식적인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 이러한 희망은 2027년까지 '사치'로 남아야 하는 걸까? 윤석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외교, 안보, 국방에 집중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어떤 미국인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점성술사의 말에 좌지우지되던 나약한 인물로 기억하지 않는다. 레이건 대통령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기억된다. 특히 1987년 6월 12일, 서독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시오! (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라는 강력한 발언으로 소련 지도자에게 베를린 장벽의 철거를 촉구한 연설은 레이건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이 연설은 냉전 종식의 상징적 계기가 되었고, 레이건은 냉전을 종식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아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역사적 지도자로 남을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리더십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논란의 ‘빌런’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용산 주변에서 발생하는 잡다한 루머와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통령은 한반도와 국제 사회를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적 업적은 단순히 힘 있는 발언이나 외교적 결단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기초는 지도자의 명확한 비전과 이를 방해하지 않는 주변 환경에서 비롯된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인류사적 성과를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은 자신의 주변을 정비하고 논란을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할 때다. 김건희 여사도 2021년 12월 16일의 “가사에만 충실하겠다”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윤 대통령을 지키고 도와주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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