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모 시민아카데미는 2021.7.29. 제11회 아카데미 모임을 갖고 ♥포스트 휴머니즘과 교육 및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전북대학교 박휴용 교수) 및 집단토론을 개최하였다. 논의사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 한국 사회는 초중등교육은 물론이고 고등교육까지 교육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전교조 사상교육으로 점철된 중등교육은 과거의 정치 이데올로기 맥락에 매몰되어 허덕이고 있고, 대학교육 또한 글로벌 대한민국의 미래의 위상에 걸맞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철학의 위기 속에 미래세대가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1세기형 교육철학의 나갈 방향을 다 같이 고민해보기 위해 본 아카데미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기로 한다.
< 포스트 휴머니즘과 교육 및 학습의 미래 >
과거의 시대는 “인간”과 “세계”가 직접 직면하며 소통해왔다. 이제는 “기술(technology)”이 매개체가 되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해주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산업계의 변화는 과거의 인간중심적 세계관이 더 이상 절대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인간 이기주의 사상이 인본주의(humanism)의 중요한 요소라면, 이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은 인간을 결코 세계의 중심적 존재로 사고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인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로부터 시작됐다. 휴머니즘은 인간중심을 내세웠지만 사실 남성, 귀족, 성인 위주의 사고방식이었고, 많은 여성, 빈자, 미성년자 계층이 다소나마 소외된 체제였다. 20세기까지의 “인간”의 조건들은 정치적 근거, 교육 정도,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분되어진 측면이 크다.
이에 대한 반발로 생태페미니즘이 1980년대 등장하여, 문명, 이상, 정신세계를 강조하던 휴머니즘을 비판하고, 자연, 감성, 신체를 강조하는 탈인본주의적 신물질주의를 퍼뜨렸다. 휴머니즘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자는 네오휴머니즘(포스트모더니즘 포함)도 등장했고, 기술발달로 인해 휴머니즘의 문제점들은 극복될 것이라 믿는 트랜스휴머니즘도 낳았으나, 이는 인간중심 사고의 한계를 지닌 것이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20세기적 사고방식을 넘어 인간중심 사고 자체를 포기하며 등장한 21세기형 사고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휴머니즘에 의하면 인간이란 동물, 기계, 물질 등과 함께 혼재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분을 이루는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얽힘(신물질주의, new materialism) 속에서 인간의 인지와 체화된 경험에 대해 재인식하며, 몸, 두뇌, 메모리 등이 동일한 차원에서 상호작용하여 종교, 정치, 지구까지 상호 연결시키고 있다는 일원론적 사고를 한다. 또한 모든 사물들이 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객체 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에 입각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론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이란 존재는 포스트휴먼적 학습자에 불과하여, 인간과 비인간적 요소들의 네트워크적 관계성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객체인 것이다.
공간에 대한 연구도 인간중심이 아니라 환경중심적으로 진행하는데, 모든 존재들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상호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세계로 본다(행위자망 이론, ANT), 자기주도성 개인 학습이 아니라 상호의존성 네트워크 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 학습자도 더 이상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학습을 주도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기술적 요인들, 즉 기술, 매체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머니즘에서는 실증주의적이고 현상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스트현상학적 사고를 하게 되며, 물질과 정신, 현실과 가상 등에 대한 구분을 포기한다.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는 미디어 기술도 가상적인 경험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인본주의 사상이 과거의 인간의 경험을 고려해 미래를 설계하는 피드백(feedback)을 중시한다면, 포스트휴머니즘에서 강조하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 원리에 따르면, 끊임없이 밀려드는 감각 데이터 속에서 직관적 예측과 감각적 사유에 입각한 미래의 대응도 중요한 수단으로 여긴다. 따라서 인본주의적 학습이론들이 학습 –> 기억 –> 반추라는 회고적, 순차적, 논리적 학습에 초점을 두는데 비해, 포스트휴먼 학습이론은 전향적, 예측적, 비순차적 학습에 중점을 둔다.
휴머니즘이 학습의 인지적 효과와 학습자의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포스트휴머니즘은 정서적 학습의 총체적 효과를 중시하며, 학습자와 기술의 상호의존성을 가르치게 된다. 사실 미래의 세계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지식학습은 이미 인공지능(AI)이 능력이 탁월하기에 결코 인간 리더가 AI에 비해 우월하지 못하다. 따라서 인간교육은 인공지능 등 기술과의 융합교육과 정서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학습의 개별성, 체화성, 의도성에 대한 강한 미련을 버리고, 기계학습, 자동학습, 무의식적 및 학습아닌 학습도 중시되게 된다. 한마디로 포스트휴먼적 학습의 정의는 “다양한 학습의 주체들이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동등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집단적이고 분산적인 교류에 의해 이루어지는 학습”인 것이다. 대학교육은 과감하게 현장위주, 융합, 기술교육, 학제간 협력 등의 혁신적 방법론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고등교육 시스템과 철학이 바뀌면 그에 따라 중동 및 초등교육 체계도 변화할 것이다.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를 결과적으로 좌우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AI시대라 해도 결국 AI를 프로그램하고 지배하는 인간집단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로봇이 아니라 이러한 로봇을 통제하는 인간이 두려운 존재이다. 따라서 철학과 윤리의식에 입각해 포스트휴머니즘 세계를 설계해나가야 할 인류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지나치게 신봉하여 인간이란 존재를 객체로만 여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그런 식의 사고가 지고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발전되어온 것이 몇 십 년에 불과하기에 쉽게 휴머니즘 인본주의가 포기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재까지의 인간중심적인 휴머니즘이 초래한 수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이 던지는 메시지는 소중하다. 특히 미래세대의 교육 문제를 시대착오적인 정치이데올로기의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현장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 교육이 던지는 미래지향적인 장점과 필연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교모 시민아카데미는 2021.7.29. 제11회 아카데미 모임을 갖고 ♥포스트 휴머니즘과 교육 및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전북대학교 박휴용 교수) 및 집단토론을 개최하였다. 논의사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 한국 사회는 초중등교육은 물론이고 고등교육까지 교육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전교조 사상교육으로 점철된 중등교육은 과거의 정치 이데올로기 맥락에 매몰되어 허덕이고 있고, 대학교육 또한 글로벌 대한민국의 미래의 위상에 걸맞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철학의 위기 속에 미래세대가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1세기형 교육철학의 나갈 방향을 다 같이 고민해보기 위해 본 아카데미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기로 한다.
< 포스트 휴머니즘과 교육 및 학습의 미래 >
과거의 시대는 “인간”과 “세계”가 직접 직면하며 소통해왔다. 이제는 “기술(technology)”이 매개체가 되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해주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산업계의 변화는 과거의 인간중심적 세계관이 더 이상 절대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인간 이기주의 사상이 인본주의(humanism)의 중요한 요소라면, 이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은 인간을 결코 세계의 중심적 존재로 사고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인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로부터 시작됐다. 휴머니즘은 인간중심을 내세웠지만 사실 남성, 귀족, 성인 위주의 사고방식이었고, 많은 여성, 빈자, 미성년자 계층이 다소나마 소외된 체제였다. 20세기까지의 “인간”의 조건들은 정치적 근거, 교육 정도,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분되어진 측면이 크다.
이에 대한 반발로 생태페미니즘이 1980년대 등장하여, 문명, 이상, 정신세계를 강조하던 휴머니즘을 비판하고, 자연, 감성, 신체를 강조하는 탈인본주의적 신물질주의를 퍼뜨렸다. 휴머니즘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자는 네오휴머니즘(포스트모더니즘 포함)도 등장했고, 기술발달로 인해 휴머니즘의 문제점들은 극복될 것이라 믿는 트랜스휴머니즘도 낳았으나, 이는 인간중심 사고의 한계를 지닌 것이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20세기적 사고방식을 넘어 인간중심 사고 자체를 포기하며 등장한 21세기형 사고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휴머니즘에 의하면 인간이란 동물, 기계, 물질 등과 함께 혼재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분을 이루는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얽힘(신물질주의, new materialism) 속에서 인간의 인지와 체화된 경험에 대해 재인식하며, 몸, 두뇌, 메모리 등이 동일한 차원에서 상호작용하여 종교, 정치, 지구까지 상호 연결시키고 있다는 일원론적 사고를 한다. 또한 모든 사물들이 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객체 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에 입각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론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이란 존재는 포스트휴먼적 학습자에 불과하여, 인간과 비인간적 요소들의 네트워크적 관계성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객체인 것이다.
공간에 대한 연구도 인간중심이 아니라 환경중심적으로 진행하는데, 모든 존재들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상호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세계로 본다(행위자망 이론, ANT), 자기주도성 개인 학습이 아니라 상호의존성 네트워크 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 학습자도 더 이상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학습을 주도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기술적 요인들, 즉 기술, 매체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머니즘에서는 실증주의적이고 현상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스트현상학적 사고를 하게 되며, 물질과 정신, 현실과 가상 등에 대한 구분을 포기한다.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는 미디어 기술도 가상적인 경험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인본주의 사상이 과거의 인간의 경험을 고려해 미래를 설계하는 피드백(feedback)을 중시한다면, 포스트휴머니즘에서 강조하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 원리에 따르면, 끊임없이 밀려드는 감각 데이터 속에서 직관적 예측과 감각적 사유에 입각한 미래의 대응도 중요한 수단으로 여긴다. 따라서 인본주의적 학습이론들이 학습 –> 기억 –> 반추라는 회고적, 순차적, 논리적 학습에 초점을 두는데 비해, 포스트휴먼 학습이론은 전향적, 예측적, 비순차적 학습에 중점을 둔다.
휴머니즘이 학습의 인지적 효과와 학습자의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포스트휴머니즘은 정서적 학습의 총체적 효과를 중시하며, 학습자와 기술의 상호의존성을 가르치게 된다. 사실 미래의 세계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지식학습은 이미 인공지능(AI)이 능력이 탁월하기에 결코 인간 리더가 AI에 비해 우월하지 못하다. 따라서 인간교육은 인공지능 등 기술과의 융합교육과 정서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학습의 개별성, 체화성, 의도성에 대한 강한 미련을 버리고, 기계학습, 자동학습, 무의식적 및 학습아닌 학습도 중시되게 된다. 한마디로 포스트휴먼적 학습의 정의는 “다양한 학습의 주체들이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동등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집단적이고 분산적인 교류에 의해 이루어지는 학습”인 것이다. 대학교육은 과감하게 현장위주, 융합, 기술교육, 학제간 협력 등의 혁신적 방법론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고등교육 시스템과 철학이 바뀌면 그에 따라 중동 및 초등교육 체계도 변화할 것이다.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를 결과적으로 좌우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AI시대라 해도 결국 AI를 프로그램하고 지배하는 인간집단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로봇이 아니라 이러한 로봇을 통제하는 인간이 두려운 존재이다. 따라서 철학과 윤리의식에 입각해 포스트휴머니즘 세계를 설계해나가야 할 인류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지나치게 신봉하여 인간이란 존재를 객체로만 여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그런 식의 사고가 지고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발전되어온 것이 몇 십 년에 불과하기에 쉽게 휴머니즘 인본주의가 포기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재까지의 인간중심적인 휴머니즘이 초래한 수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이 던지는 메시지는 소중하다. 특히 미래세대의 교육 문제를 시대착오적인 정치이데올로기의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현장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 교육이 던지는 미래지향적인 장점과 필연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